[민경문의 바이오脈] 한국형 원격바카라 베팅는 가능할까

스물 세 번째 이야기…24시간 원격바카라 베팅 도입 뉴질랜드, 한국 의료계의 딜레마

2025-07-07     이영성 기자
한국형 원료지료 관련 AI 이미지(더바이오 자료).

뉴질랜드는 영국과 마찬가지로 일반의, 즉 GP(General Practitioner)가 의료체계의 핵심이다. 주치의 제도를 통해 예방적·조기 진료를 도모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인다. 같은 GP가 환자를 지속적으로 돌보면 그만큼 진료 효율도 높아진다. 동일 GP를 5년 이상 지속 방문한 환자의 경우 사망률 감소, 입원율 감소 등의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문제는 그 숫자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GP 양성을 위한 취약한 정책 지원과 보수 체계 악화 등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임금을 더 많이 주는 호주 등으로 상당수 GP가 떠나기도 했다. 1차 진료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응급진료 센터에서 몇 시간을 대기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감기 정도는 병원을 가지 않고 집에서 버틸 각오를 해야 한다. 

뉴질랜드 정부가 전국 단위의 24시간 원격진료 서비스를 올해 7월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의사나 간호사가 영상을 통해 어디서나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전이나 검사 의뢰도 발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위해 5년간 약 1억646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한다. 기존 민간업체들도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원격 진료 체계를 갖춰 나가겠다는 취지다.  

물론 GP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환자들에 대한 ‘일회성(hit and run)’ 진료가 일반화되면 기존에 형성된 연속성 있는 의료 관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암 환자가 평소 다니던 GP가 아닌 원격 진료로 상담을 받으면서 발병 사실을 놓치는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정부가 원격의료 개선이 아닌 기존 지역사회 GP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예산을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정부 측은 새로운 시스템이 기존 GP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려는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전화나 화상으로는 환자의 신체 검진이나 대면 소통의 장점을 모두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격진료가 경증/급성 문제 해결이 주목적이지만, 향후 만성질환 추적 관리에도 확대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 같은 갈등은 의료 접근성이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국내에서도 익숙한 풍경이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일부 시행됐고 이후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상태다. 신임 대통령이 역시 비대면 진료 허용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약 배송 등을 둘러싼 의료업계의 반발로 상시적 제도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실적인 지연 배경들도 있다. 지방환자의 사후관리 해소라는 명분 하에 원격바카라 베팅에 적극적이었던 대학병원이지만 정작 제도 활용은 지지부진하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해당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차 의료기관의 경우 비대면 바카라 베팅를 둘러싼 의사와 환자 양측의 만족도를 제고해 나가는데 시간이 걸리는 모습이다. 비대면 바카라 베팅에 대한 수가가 대면보다 높은데도 개업의들이 제도 활용에 적극적이지 않은 건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OECD 국가 중 비대면 진료를 법으로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여야 모두 제도화에 대해선 일정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만큼 큰 틀에선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다만 의대생 증원, 합리적 수가체계 등을 필두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의견에 중지가 모아지는 분위기다. 양측간 합의 없이는 그나마 한시적인 비대면 진료 자체의 지속가능성도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의사’ 출신인 신임 복지부장관 후보자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운 이유다.

저자인 민경문 바이오 칼럼니스트<사진>는 앞서 소니코리아에서 3년간 해외 기술영업 업무를 담당한 이후, 자본시장 전문미디어 ‘더벨(thebell)’에서 16년간 기자로 활동했다. 특히 바이오 및 헬스케어 회사들의 연구개발(R&D) 동향과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과 같은 기업금융 거래를 중점적으로 취재했다. 지난해 2월에는 제약바이오 투자전략을 짚는 책 ‘바이바이오’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