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태의 '반려먹튀없는 바카라사이트' 톡톡]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고? 진짜일 수 있다
쌍둥이인데 한쪽은 날씬하지만 다른 형제는 뚱뚱하다? 쌍둥이는 유전적으로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닮았지만 예외도 존재한다. 이유를 밝히고자 나선 연구자가 있다. 바로 쌍둥이들의 장내 미생물을 비교한 제프리 고든(Jeffrey Gordon)이다. 그는 쌍둥이라도 비만 여부에 따라 장내 미생물 환경의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발표하였고 이는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분야의 서막을 알린 기념비적인 연구로 기록된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과연 비만의 원인인가, 아니면 결과인가. 이를 밝히기 위해 진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의 분변을 정상 체중인 실험 쥐에게 투여했더니 그 쥐의 체중이 늘어났으며, 반대의 경우에는 체중이 감소했다. 결국,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체중 조절에 관여한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비만 인구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식이요법 기반의 다이어트가 존재하지만 이는 다시 말해 효과적인 완벽한 다이어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이어트가 어려운 이유는 바로 요요현상 때문이다. 대부분 어떠한 다이어트를 시도하더라도 단기간에 어느 정도의 체중 감량은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살이 빠지지 않거나, 체중 감소에 성공했더라도 중단하면 다이어트 이전보다 체중이 더 불어나기 일쑤다. 빠졌던 체중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다양한 호르몬 변화로 식욕 조절이 어렵고 에너지가 체지방으로 더 많이 저장되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위고비'의 열풍은 실로 대단했다. 2024년 위고비를 생산하는 노보 노디스크의 시가 총액은 해당 국가인 덴마크의 GDP를 넘어섰고 단 하나의 신약으로 유럽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물론 유명인들 체험단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쉽게 다이어트 하고 싶은 열망과 높은 관심이 보여준 결과일 것이다. 위고비는 장에서 분비되는 GLP-1이라는 호르몬을 활성화하는 기능을 갖는다. GLP-1은 원래 혈당 조절 기능이 있어 당뇨 치료제로 먼저 개발되었지만, 장에서 음식물의 이동을 늦추고 식욕을 감소시켜 다이어트 약으로도 출시되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장에는 GLP-1을 활성화하는 미생물들이 이미 살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이하 아커만시아)라는 균이 있다. 세상에 그 존재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 당뇨환자들의 장에서 많이 발견되어 혈당 조절에 문제를 일으키는 균으로 의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당뇨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메트포르민을 복용하게 되면 아커만시아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결국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는 미생물로 밝혀졌다. 아커만시아 균이 바로 장에서 GLP-1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혈당 뿐만 아니라 체중 조절이나 지방대사에도 긍정적인 도움을 주어 차세대 프로바이오틱스로 주목 받게 되었다.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실제로 외국에서는 유산균처럼 아커만시아 균이 포함된 제품이 출시되어 판매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GLP-1 조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균들이 보고되고 있어 이 또한 주목을 받고 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에너지 대사에 관여한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먹고 배설하는 기본적인 생리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생명을 유지하는데, 섭취한 모든 음식은 소화기를 거쳐야만 몸에 흡수된다. 그 과정에서 무조건 장내 미생물 환경을 통과하게 되는데, 섭취한 음식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영향을 주고 반대로 어떤 미생물들이 존재하느냐에 따라 에너지 효율이 달라진다. 음식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아커만시아의 경우처럼 약물에 의해 특정 미생물이 증가하기도 하며, 증가한 미생물에 의해 건강 상에 이로운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는 약물의 새로운 기전으로 여겨지고 질병의 새로운 타깃으로 관심이 높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어떻게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가. 건강에 유익하다고 알려진 다양한 균들은 단쇄지방산을 만들어낸다. 아세테이트(Acetate), 프로피오네이트(Propionate), 부티레이트(Butyrate)가 대표적인데, 장 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장 건강에도 중요하지만 당과 지질 대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GLP-1과 같이 식욕을 조절하는 다양한 호르몬들과 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장에 어떤 미생물들이 살고 있느냐에 따라 살이 찌는 정도가 모두 다른 것이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한다. 물론 실제로 그렇지 않지만 같은 음식을 먹어도 유독 살이 잘 쪄서 억울한 사람들은 어떤 장내 미생물들과 함께 살고 있는지 의심해 봐야 한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먹는 음식으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으며 실시간으로 변화한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균형잡힌 건강한 미생물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며 이는 우리 몸이 살이 찌지 않게 도움을 준다. 안정적으로 잘 형성된 마이크로바이옴을 갖고 있다면 특별히 식이에 신경 쓰지 않더라도 1년 가까이 큰 변동없이 체중이 유지된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다.
반복되는 무리한 다이어트는 몸을 부담을 주어 결코 건강에 좋다 할 수 없다. 특히 부작용이 심한 약물을 복용하면서 다이어트를 감행하는 모습을 보면 몸이 더 망가질까 걱정이 많아진다. 단기간에 급격한 다이어트보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 건강에 여러모로 이롭다. 물론, 처음에는 그 효과가 미미하여 포기하고 싶겠지만, 살이 찌지 않는 방향으로 몸이 서서히 작동하게 되면 먹고 싶은 음식을 어느 정도 즐겨도 크게 살이 찌지 않는 체질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평생 다이어트 할 바에야 조금 여유를 갖고 실천하는 건 어떨까. 정성껏 잘 키운 나의 반려 먹튀없는 바카라사이트들이 언젠가는 나도 모르게 체중 감량이라는 선물로 보답할지 모른다.
<이희태 약사>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 박사
- 건일약국 대표약사
- 삼육대학교 약학대학 책임연구원
- 케프리옴 대표
- 유튜브 약드라이브 채널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