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사이트 통장’ 처방 건수 콜린 제제 넘어…급여 축소 1개월 만에 지각변동
- 콜린 제제 본인 부담률 30%→80% 대폭 상승…환자 부담 가중 - ASCEND, 은행잎 제제 ‘Class I’, ‘Level A’ 경도인지장애 치료제로 권장 - 양영순 교수팀, 바카라사이트 통장 치매 원인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 억제 연구 결과 발표
[더바이오 진유정 기자] 최근 경도인지장애 치료제 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연간 6000억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해온 ‘매머드급’ 제제인 콜린알포세레이트가 급여 축소로 처방이 줄어들면서 대안으로 떠오른 은행잎 제제가 점진적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급여 조정으로 인한 환자 가격 부담 외에도 두 약물의 기전과 임상적 근거의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도인지장애 치료에 대한 접근 방식의 변화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30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유비스트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월 21일부터 10월 18일까지 4주간 병의원에서 처방된 바카라사이트 통장은 15만7266건으로 집계돼 콜린 처방(13만1781건)을 크게 넘어섰다.
조사 기간 중 있었던 명절 연휴를 감안해 일간 처방전 건수를 비교해보면,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선별 급여 적용 전 4주간 하루 평균 처방 건수가 8730건에서 선별 급여 직후 7916건으로 9%가량 감소했다. 반면, 은행잎 제제의 경우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처방 건수가 7169건에서 9798건으로 37% 늘어났다. 은행잎추출물이 경도인지장애 치료제로 널리 쓰여온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처방 건수를 급여 선별 시행 1개월 만에 처음으로 뛰어넘은 것이다.
변화의 요인 중 하나로 ‘환자의 가격 부담’이 꼽혔다. 법원이 제약사들이 제기한 집행 정지 신청을 기각함에 따라 지난 9월 21일부터 경도인지장애 환자 등 치매 진단 이전 단계에서는 콜린 제제의 본인 부담률이 기존 30%에서 80%로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에 약국가에서는 기존 지급했던 약값이 2배 이상으로 오른 점에 대해 환자가 약국에 이의를 제기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일부 병원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약제비 변경에 대한 안내문이 붙여지고 있다. 한 병원에 게시된 안내문은 콜린 제제의 가격이 1정당 180원에서 380원으로, 하루 2회 복용 시 한달 약제비는 1만800원에서 2만2800원으로 올라간다고 설명하고 있다.
1달 약제비의 차이는 1만2000원 수준으로 콜린의 약값 자체가 고가가 아니기 때문에 처방 변경이 빠르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의료계의 변화는 예상 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한 환자가 오래 복용한 약물을 변경할 경우 대안으로 처방할 약이 있어야 하고, 환자에게 이를 설명할 만한 근거가 갖춰져야 한다. 경도인지장애 치료에서는 바카라사이트 통장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바카라사이트 통장은 경도인지장애 치료제 중 가장 많은 임상적 근거가 확보된 약물로 평가된다.
또 은행잎 제제는 아시아 신경인지질환 전문가그룹(ASCEND)이 경도인지장애 치료제로 ‘Class I’, ‘Level A’로 권장하는 유일한 약제다. Class I은 해당 치료가 효과적이며 권장된다는 가장 높은 수준의 권고 등급을 의미한다. Level A는 권고에 대해 가장 높은 수준의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될 때 부여된다. ASCEND는 2021년 합의문을 통해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 임상 4건 이상에서 은행잎 제제가 유의미한 증상 개선을 입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밖에 독일에서 진행된 리얼월드데이터(RWD) 분석이나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의 올리고머화에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 등으로 은행잎 제제에 대한 약효의 근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은행잎추출물 제제를 경도인지장애(MCI) 환자의 증상 관리 약물로 승인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은행잎추출물은 ‘치매성 증상을 수반하는 기질성 뇌기능 장애’로 적응증을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달 ‘은행잎추출물이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의 응집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양영순 순천향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아밀로이드 PET 양성 MCI 환자를 대상으로 은행잎추출물 단독요법의 올리고머화 억제 효과를 입증한 임상 결과를 담은 논문인 ‘Efficacy of Ginkgo biloba extract in amyloid PET-positive patients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를 발표했다.
양영순 교수팀은 아밀로이드 PET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MCI 환자 64명을 선정해, 42명에게는 바카라사이트 통장 1일 240㎎을, 22명에게는 오메가-3, 콜린전구체 등 기존 인지보조제를 12개월간 투여하며 임상 경과를 비교했다.
해당 임상 연구 결과, 은행잎추출물은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 정도를 나타내는 MDS-Oaβ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확인됐다. 은행잎추출물을 투여한 환자군의 MDS-Oaβ는 0.88ng/㎖에서 0.80ng/㎖로 0.08ng/㎖ 감소한 반면, 비교군은 0.89ng/㎖에서 0.91ng/㎖로 0.02ng/㎖가량 수치가 증가했다. MDS-Oaβ는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초기 병리 단계인 ‘올리고머화’ 경향을 수치화한 바이오마커로, 수치가 낮아질수록 병의 진행이 억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분해되지 않은 상태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뭉치면 구조가 변하면서 독성이 커진다. 초기에는 작은 조각(모노머) 형태로 존재하다가 점차 끈끈한 형태의 ‘올리고머’라는 작은 덩어리를 형성한다. 이후 섬유 형태(프로토피브릴)를 거쳐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라는 큰 덩어리로 뇌에 침착되면 뇌세포 손상과 치매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올리고머화는 치매와 직결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로 이어지는 첫 단계로, 올리고머 경향을 늦추는 약물은 치매 진행 억제 측면에서 중요한 치료옵션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양영순 교수는 “베타 아밀로이드는 올리고머 단계에서 뇌세포에 가장 큰 독성을 나타내며, 응집이 시작되면 병세가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며 “MDS-Oaβ 수치가 감소했다는 것은 약물 치료를 통해 치매 진행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것으로, 주관적 인지장애나 초기 경도인지장애 치료는 물론 예방적 치매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투약 환자의 알츠하이머병 전환율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종합 임상 판정에서 바카라사이트 통장 투여군에서는 12개월간 경도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한 사례가 없었다. 하지만 비교군에서는 전체 22명 중 3명(13.6%)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됐다. 일반적으로 아밀로이드 PET 양성 MCI 환자는 1년 내 10~20%가 치매로 전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콜린계 약물의 경우 신경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막는 기전으로, 베타 아밀로이드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이번 연구에서도 비교군에서는 올리고머화 경향성을 나타내는 MDS-Oaβ가 늘어나는 결과를 보였다. 은행잎추출물이 베타 아밀로이드의 응집을 막아 치매 발병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면, 콜린 제제는 뇌 기능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형태로 볼 수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은행잎의 경우 ‘치매의 원인에 직접 관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확보됐고, 실제 알츠하이머병 전환율을 낮췄기 때문에 예방적 관점에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천연물이라 부작용이 적고, 비교적 성분에 대한 인지도도 높기 때문에 환자를 대상으로 설명이 용이한 면도 장점”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