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입 경영' 온라인바카라, 주주배정 유상증자 카드 꺼낸 배경은?
- 1차 발행가액 3315원으로 확정…총 자금 조달 규모 1144억원으로 조정 - 최대주주 엠투엔의 특수관계인인 계열사 '리드코프'가 신주배정물량 50% 책임 - 전체 조달 자금 중 80%가량 R&D에 투자…펙사벡·BAL0891 등 항암제 임상 박차 - 작년 부채비율 34%·차입금의존도 12%…"유증 이후 재무상황 바이오텍 중 최상급"
[더바이오 강인효 기자] 항암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인 온라인바카라이 3년여 만에 1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최대주주인 엠투엔이 2021년 당시 온라인바카라의 최대주주로 등극하기 위해 참여했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이후 첫 대규모 자금 조달이라는 점 그리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라는 게 이번 유상증자의 주요 특징이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대부분 연구개발(R&D) 자금으로 쓰일 예정인 만큼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임상 등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1000억 넘는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최대주주 측, 계열사 통해 50% 참여
신라젠은 지난 8일 이번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1차 발행가액’이 확정됨에 따라 보통주 1주당 신주 발행가액이 기존 3750원에서 3315원으로 정정됐다고 공시했다. 이로 인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 규모 역시 약 1294억원에서 1144억원으로 줄었다. 최종 발행가액은 1차 발행가액과 2차 발행가액 중 낮은 가액으로 확정한다. 발행가액 확정일은 오는 6월 12일이다.
앞서 온라인바카라은 지난 3월 22일 이사회를 열고 운영자금 및 타법인증권취득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보통주 신주 3450만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신주 예정 발행가액이 보통주 1주당 3750원임을 감안할 때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하려는 자금 규모는 1294억원에 달했다.
발행가액이 확정된 이후인 6월 17일과 18일 양일간 먼저 구주주(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다. 구주주 청약 결과 발생하는 실권주 및 단수주는 우선적으로 구주주 중에서 초과청약자에게 배정되며, 이후 실권이 발생할 경우에 대해서는 일반에게 공모한다. 일반공모를 거쳐 배정 후에도 미청약된 잔여 주식에 대해서는 대표 주관회사와 공동 주관회사가 인수 의무 비율에 따라 각각 자기의 계산으로 인수하기로 했다.
대표 주관사는 KB증권이며, 공동 주관사는 △SK증권 △한양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이다. 즉 이번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주주들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주관사들이 인수하기로 계약이 돼 있는 만큼 이번 유상증자를 통한 온라인바카라의 자금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보통주 신주 3450만주를 발행하는 대규모 형태인 만큼 최대주주의 희석이 어느 정도는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라젠 측은 “최대주주인 엠투엔은 1주당 0.33562882주의 비율로 신주를 배정받게 되는데, 이는 629만3040주에 해당한다”며 “엠투엔은 이 중 50%인 314만6520주를 계열회사인 리드코프에 양도하고, 이에 리드코프는 (엠투엔을 대신해) 이번 유상증자에 314만6520주를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계획에 따라 최대주주 측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되면 최대주주인 엠투엔의 지분율은 현재 18.23%에서 13.65%로 줄어든다. 유상증자 배정 물량 중 절반(배정 신주인수권증서의 50%)을 계열사에 넘기고, 남은 절반에 대해서는 참여하지 않는 데 따른 결과다. 다만 계열사인 리드코프가 일부 신주 물량을 떠안으면서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기존 18.25%에서 15.95%로 낮아질 전망이다. 최대주주의 지분 희석을 계열사를 통해 어느 정도는 방어하게 되는 셈이다.
◇전체 조달 자금 중 77% R&D 투자…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미국 자회사에도 수혈
신라젠은 이번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 중 77%를 R&D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14%는 미국법인이자 100% 완전 자회사인 신라젠바이오테라퓨틱스(SillaJen Biotherapeutics, Inc., 옛 Jennerex)에 출자하며, 9%는 인건비 등 필수 운영자금에 쓰인다. 신라젠바이오테라퓨틱스는 작년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819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회사 측은 신라젠바이오테라퓨틱스에 대해 “지난 2019년 8월 임상 조기 종료로 인해 전액 종속기업투자주식손상차손으로 계상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바카라은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R&D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차 발행가액 기준 약 880억원으로 주력 파이프라인인 펙사벡(약 77억원)을 비롯해 △BAL0891(약 574억원) △SJ-600 시리즈(약 170억원) △기타 R&D 관련 컨설팅비 및 문서관리시스템(약 60억원)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BAL0891은 온라인바카라이 지난 2022년 9월 스위스 로슈에서 분사한 바실리아(Basilea Pharmaceutica Ltd)로부터 총 계약금 3억3500만달러(약 4370억원), 선급금(업프론트) 200억원을 주고 도입한 항암물질(유사분열 체크포인트 억제제)이다.
BAL0891의 경우 전이성 고형암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임상에 자금이 투입된다. 온라인바카라은 현재 미국과 한국 9개 병원에서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BAL0891의 단독요법 및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BAL0891 단독요법의 용량 증량 단계에 있으며, 이후 파클리탁셀과의 병용요법 및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요법에서의 용량 증량 시험, 그리고 용량 확장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 중 약 42억원을 BAL0891 단독 및 파클리탁셀과의 병용요법,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요법에 대한 환자 모집 및 투약에 사용할 예정이다. 2025~2027년 중 잔여 환자 모집 및 투약, 이후 추적 관찰에 약 258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신라젠은 또 BAL0891의 AML 환자에서 용량 확인 및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임상1상을 추가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 2025년 1분기 환자 등록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BAL0891은 비임상에서 AML 세포주에 대해 강력한 항암 효과를 보였고, 이는 PLK1 저해와 TTK 저해가 AML 세포의 생존과 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측은 “BAL0891의 작용기전과 비임상 데이터는 AML에 대한 잠재적 치료 효과를 시사한다”며 “이번 연구에 약 123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펙사벡의 경우 신장암과 전립선암, 흑색종 임상 등에 자금이 투입된다. 온라인바카라은 미국 리제네론(Regeneron Pharmaceuticals, Inc.)과 공동으로 전이성 신장암 환자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1b/2a상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적으로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나선다. 전이성 신장암에서 기존 면역항암제 요법 및 타이로신 억제제를 사용한 환자들의 3차 이후 요법으로 펙사벡과 면역항암제를 병용하는 임상2상을 내년 미국에서 시작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해당 연구에 74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또 펙사벡은 현재 호주 로얄멜버른병원에서 전립선암 환자 대상 (술전요법) 연구자 주도 임상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중국 파트너사인 리스팜(Lee's Pharmaceuticals)과 공동으로 흑색종 환자 대상으로 펙사벡과 면역관문억제제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1b/2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J-600 시리즈의 경우 항암제 파이프라인 확립을 위한 자체 R&D, 자체 임상용 의약품 제조 공정개발, cGMP CDMO 위탁 의약품 제조, GLP 위탁 비임상 독성시험을 위해 자금을 투입한다. 회사 측은 “비임상 항암 효능이 입증된 SJ-600 시리즈의 비임상 GLP(Good Laboratory Practice, 비임상시험관리기준) 독성시험과 임상시험을 실시하기 위해 cGMP CDMO(위탁개발생산)에서 임상용 의약품인 SJ-600을 제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본총계 573억, 부채비율 34%…3년간 ‘무차입’ 경영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 유지
온라인바카라은 이번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지만,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작년 말 연결기준 자본총계는 573억원, 부채총계는 194억원으로 부채비율은 33.9%다. 특히 2021년 엠투엔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참여했던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은 2020년 107%에서 2021년 25%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말 차입금의존도 또한 12.6%로 2021년 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차입금 비중이 적은 데다 2021년 말 168억원에 달하던 차입금은 지난해 말 97억원으로 줄었다. 회사 측은 “작년 말 연결기준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금은 없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 3년간 금융기관 차입금이 없는 무차입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업종 평균 차입금의존도인 16~18% 대비 우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번 유상증자의 자금 조달 목적만 보더라도 온라인바카라은 여느 바이오텍과는 달리 채무상환자금(0원) 마련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눈에 띈다. 채무 상환을 위한 유상증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온라인바카라은 지난해 연결기준 3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13억원에 달했고, 당기순손실은 약 204억원이었다. 253억원가량의 영업비용 중 경상연구개발비는 약 102억원이었다. 작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70억원, 투자활동현금흐름은 363억원, 재무활동현금흐름은 -84억원이었다.
한 바이오 전문 회계사는 “신라젠은 본업에서 매출은 없는 상황으로, 상품의 판매에 의한 매출이 별도로 존재는 한다”며 “아직까지는 정상적인 매출이 발생하지 못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대규모의 영업손실 및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당기손익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도 매년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며 “지난해 단기금융상품 528억원의 처분으로 투자활동현금흐름은 플러스(+)로 전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라젠은 지난 3월 22일 회사 홈페이지에 (주주배정 유상증자 관련) 공시 안내문을 게재하고 “이번 자금 조달은 향후 회사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을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정했다”며 “현재 금융 차입금이 없기 때문에 이번 자본 조달이 완료되면 회사의 자본 조달 능력 및 재무 상황은 국내 바이오기업 중에서도 최상급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