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USA] 맞춰지는 ‘온라인 바카라’ 퍼즐, SK바이오팜 파이낸셜 스토리 첫 관문 넘었다

- SK라이프사이언스랩, 온라인 바카라 항암 후보물질 4개 공개 - ‘MOPED 플랫폼’ 통해 분자접착제 다수 발굴

2024-06-07     지용준 기자
SK라이프사이언스랩의 주요 연구진인 지화수(Zhihua su)가 5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고 있는 바이오 USA에서 진행한 온라인 바카라 프레젠테이션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 바이오 USA 기자단)

[더바이오 지용준 기자] SK바이오팜이 ‘파이낸셜 스토리’의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고 있다. 지난해 620억원을 투입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킨 미국 ‘프로테오반트(현 SK라이프사이언스랩, 이하 SK랩)’를 통해서다.

SK랩은 TPD(표적단백질분해제) 항암 파이프라인 4개를 잇따라 공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뇌전증 신약인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 이후 차세대 먹거리를 찾고 있는 SK바이오팜의 선제적 투자가 적중한 셈이다.

SK바이오팜은 5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고 있는 바이오 USA에서 진행한 온라인 바카라 프레젠테이션(PPT) 발표를 통해 그 동안의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PPT 발표는 SK랩의 주요 연구진인 지화수(Zhihua su)와 헬라이 모하마드(Helai Mohammad)가 맡았다.

기존의 약물은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방식이지만, TPD는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이용해 단백질을 분해해 ‘제거’하는 기술이다. TPD는 표적만 정확하다면 다양한 암종에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Roche)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등이 TPD 바이오텍을 대상으로 빅딜(Big deal)을 단행하는 이유다. 지화수는 “TPD를 사용하면 많은 수의 표적 단백질에 대한 접근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약물 치료가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됐던 단백질에도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랩의 TPD 발굴의 핵심은 ‘MOPED 플랫폼’이다. MOPED는 오작동하는 단백질을 파괴하고, 암세포를 죽이거나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분자접착제’를 찾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

특히 MOPED는 기존의 TPD 기술 대비 더 넓은 범위의 단백질 표적 및 단백질 분해에 관여하는 ‘E3 리가아제(ligase)’까지 접근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대다수 TPD 개발 기업이 개발 중인 면역세포에 많은 세로브론(CRBN)과 VHL을 사용해 타깃에 접근하는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 같은 플랫폼은 다양한 애셋(asset)을 만들었다. 유방암과 전립선암, 고형암 등의 분야에서다.

SK랩은 3년 만에 ‘IKZF2’를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TPD를 개발했다. 헬리오스는 종양미세환경에서 면역 억제를 촉진하는데 도움이 되는 세포 집단의 중요 조절 인자다. 이때 IKZF2를 저하시키면 종양 축소가 일어나게 된다.

모하마드는 “실제 마우스 실험에서 IKZF2 투약 중단에도 종양 퇴행이 지속됨을 확인했다”며 “IKZF2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에서 임상적으로 관련된 표적으로 잘 검증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TPD 파이프라인인 ‘p300’ 선택적 분해제는 전임상에서 CBP 기능을 상실(LOF)한 암을 표적으로 하는 최초의 치료 기회를 제공했다. p300 TPD는 안드로겐 비의존 메커니즘을 통해 전립선암 치료를 위해 AR 신호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게 모하마드의 설명이다.

SK랩은 ‘SMARCA4’는 비소세포폐암, 대장 선암, 방광 및 자궁내막암을 적응증으로, ‘SMARCF’는 돌연변이 종양을 치료하는 후보물질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TPD 파이프라인은 SK바이오팜의 파이낸셜 스토리의 첫 번째 관문이었다. 지난해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파이낸셜 스토리의 3가지 분야인 차세대 3대 영역 기술 플랫폼인 ‘TPD·RPT·CGT’ 분야에서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TPD 분야에서 지속적인 성과가 나타나면서 뇌전증 신약 이후 TPD뿐만 아니라 RPT(방사성의약품 치료제), CGT(세포유전자치료제)까지 신약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