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바카라, 4개월 만에 180도 달라진 CB ‘계약 조건’
- 120억 규모 4회차 만기이자 3%…3회차 CB에선 5% - 3회차, 4회차 CB 콜옵션·풋옵션 조건도 상이 - 美 인슐렛과 소송서 우위 점하며 반전 맞아 - 1Q 기준 현금성 자산 약 200억…자금 조달로 곳간 두둑해져
[더바이오 지용준 기자] 이오플로우가 4개월 만에 다시 한번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이번 자금 조달의 경우 그 조건이 직전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4개월 전만 하더라도 이른바 ‘급전’을 빌리기 위해 이오플로우가 사채권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다면, 이번에는 이오플로우가 이자나 풋옵션 측면에서 분명히 이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4개월 새 이오플로우와 미국 인슐린 펌프 시장 독점기업인 ‘인슐렛(Insulet)’ 간의 소송전에서 이오플로우 쪽으로 판세가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이오플로우의 주가도 우상향하고 있는 만큼 사채권자도 이 회사의 미래 성공 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라이브바카라는 최근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20억원 규모의 제4회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전환가액은 1만1650원이며, 표면 이자율은 0%, 5년 만기 이자율은 3%다. 전환가액 기준 발행 주식수는 103만42주다. 회사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인건비와 연구개발(R&D)을 포함한 기타 운영자금으로 올해와 내년 60억원씩 사용할 계획이다.
이번 제4회차 CB의 발행 조건은 지난 2월 발행한 제3회차 CB와는 간극이 컸다. 170억원 규모로 발행된 제3회차 CB는 발행가액이 3759원, 전환가액 기준 발행 주식수는 452만2479주, 만기 이자율은 5%다. 제4회차 CB 대비 발행가액은 3배 이상 낮고, 이자는 2%포인트(p) 높다.
Put(조기상환청구권)과 Call(매도청구권) 옵션(Option)에서도 제3회차와 제4회차 CB 간 간극을 보였다. 우선 제3회차 CB의 경우 18개월 시점부터 풋옵션(Put Option)이 가능했다. 반면, 제4회차 CB는 24개월부터 풋옵션이 가능하도록 조정됐다.
콜옵션(Call Option)에서는 제3회차 CB는 1년 이후부터 5개월 간 달마다 사채 권면금액의 20% 이내에서 매도 청구가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제4회차 CB는 1년부터 1년11개월까지 매달 사채 권면금액의 30% 이내에서 매도 청구하는 조건이다. 제3회차의 경우가 사채권자에게 유리한 조건이었다면, 제4회차는 일반적인 계약 조건으로 돌아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자금 조달 유리해진 배경에는 우위 점한 美 ‘소송전’
이오플로우의 자금 조달 조건이 4개월 만에 급변한 이유는 인슐렛과의 소송전에서 회사가 우위를 점해서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인슐렛이 제기한 ‘이오패치’의 세계 판매 금지 1차 가처분 결정에 대한 ‘집행 정지’를 내렸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가처분 결정을 ‘취소’했다. 미 항소법원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인슐렛이 제기한 ‘회복할 수 없는 손해’에 대해 근거가 없으며, 이에 따른 ‘판매 금지 명령’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부터 본격화한 인슐렛과의 소송은 라이브바카라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당초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인 메드트로닉이 7억3800만달러(약 1조원)에 라이브바카라를 인수하기로 했지만, 소송이 시작된 지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메드트로닉은 라이브바카라 인수합병(M&A)을 위해 체결한 모든 계약을 해지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지방법원은 인슐렛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해당 소송이 끝나기 전까지 라이브바카라 제품인 이오패치의 판매 및 제조를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투자자들 역시 등을 돌렸다. 제1회차, 제2회차 CB 투자자(사채권자)들은 지난해 라이브바카라로부터 653억원을 회수했다.
본안소송이 남아있지만 라이브바카라가 이번 항소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한 취소 결정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더구나 제한적으로 풀려 있었던 주요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이오패치의 세계 판매 길이 다시 열리면서 영업활동도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한숨 돌린’ 이오플로우, 소송 비용·김재진 대표 지배력은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한 라이브바카라는 급한 불은 껐다. 라이브바카라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13억원이다. 지난해 말 110억원 대비 93.6% 증가했다. 최근 120억원 규모의 CB 발행에 성공하면서 현금성 자산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소송에 따른 비용 증가는 라이브바카라에 여전히 부담이다. 라이브바카라는 지난해 378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해 2022년(-224억원) 대비 확대된데 이어 올 1분기에도 7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소송의 여파로 판관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 이오플로우의 판관비는 350억원으로, 직전 해보다 131억원 증가했다. 연구개발(R&D)비 25억원, 지급수수료 41억원, 외주용역비 53억원이 각각 늘었다. 특히 지급수수료는 이오플로우의 소송 비용으로 추정되는 항목이다. 올 1분기 기준 지급수수료는 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억원 불어났다. 소송이 이어진다면 연간 100억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현재(지난 21일 종가 기준) 라이브바카라의 주가는 1만4020원으로, 제3회차 CB의 전환청구권 행사 가능성이 유력해진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1주당 3759원인데, 전환가액보다 현 주가가 높다면 CB 투자자는 풋옵션 행사 대신 전환청구권 행사를 택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해당 CB에 대한 전환 청구(CB의 보통주 전환)는 내년 2월 8일부터 가능하다. 지금처럼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면 라이브바카라 발행 주식 총수(3041만6687주)의 약 14.9%에 이르는 물량이 내년 2월부터 단계적으로 시장에 풀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회계 전문가는 “아직 전환 청구 기간은 남아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전환 청구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며 “향후 (전환청구권이 행사되면)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10.92%에서 9.51%로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