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EGFR TKI 4등서 1등 넘본다’…‘바카라사이트 뱃무브’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

- 타그리소·로실레티닙·올무티닙 치열했던 ‘3세대 EGFR TKI’ - 코로나19 사태 겹치며 글로벌 임상 환자 모집 난관 부딪히기도 - 바카라사이트 뱃무브, J&J의 리브리반트와 함께 타그리소 넘어 FDA 표준요법 넘본다

2024-08-26     지용준 기자
국산 항암신약 ‘렉라자’ 제품 사진 (출처 : 유한양행)

[더바이오 지용준 기자] 4번째로 개발되던 약물이 2번째로 결승선에 들어왔다. 이제는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유한양행의 폐암신약 ‘레이저티닙(국내 제품명 렉라자, 미국 제품명 라즈클루즈)’ 얘기다. 레이저티닙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성분 아미반타맙)’와 병용요법으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 1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문턱을 넘었다.

레이저티닙과 리브리반트는 3세대 EGFR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1위 약물인 ‘타그리소(성분 오시머티닙)’를 넘어서는 유효성으로 NSCLC 치료 판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레이저티닙의 개발 스토리가 주목받는 이유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레이저티닙은 타그리소와 마찬가지로 3세대 EGFR TKI 억제제다. 국내 바이오텍인 오스코텍이 미국 보스턴에 세운 연구개발(R&D) 자회사인 제노스코가 레이저티닙의 원개발사다. 당시 LG생명과학(현 LG화학) 연구소장 출신인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가 폐암신약 후보물질인 레이저티닙의 도출에 성공한 시기는 2013년이다. 당시 개발코드명은 ‘GNS-1480’. 이 후보물질은 2015년 유한양행에 기술이전되며 임상1·2상이 시작됐다.

레이저티닙은 2015년만하더라도 3세대 EGFR TKI 억제제 개발 레이스에서 후순위 약물이었다. 2015년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FDA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글로벌 시장에 등장했다. 같은해 말 클로비스온콜로지(이하 클로비스)의 ‘로실레티닙’은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였다. 한미약품과 베링거인겔하임은 ‘올리타(성분 올무티닙)’을 통해 2016년 국내에서도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경쟁이 치열한 3세대 EGFR TKI 억제제 시장에서 레이저티닙의 개발이 2015년에 시작된 것은 일종의 도박이었다. 실제로 2016년에는 중국 제약사 뤄신과 총 1억2600만달러 규모의 레이저티닙에 대한 중국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지만, 뤄신 측에서 계약금을 보내오지 않아 계약 자체가 무산되기도 했다.

클로비스는 로실레티닙의 FDA 허가를 획득하지 못하고 개발을 중단했다. 한미약품도 2018년 올무티닙의 국내 개발 중단을 결정하면서 3세대 EGFR TKI 억제제는 타그리소만 남게 됐다. 4번째로 개발되던 3세대 EGFR TKI 억제제인 바카라사이트 뱃무브이 급기야 2번째로 올라섰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J&J의 자회사인 얀센에 레이저티닙을 총 12억5500만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당시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업프론트)만 5000만달러에 이르는 ‘빅딜’이었다. 얀센은 레이저티닙에 대한 전 세계 개발 및 제조,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얻었고, 유한양행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과 상업화 이후 로열티(경상 기술료)를 받기로 했다.

레이저티닙은 임상 개발 단계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약물로 꼽힌다. 2018년 유한양행이 얀센에 12억5500만달러 규모로 레이저티닙을 기술수출한 이후, 타그리소는 빠르게 NSCLC 시장을 잠식했다. 또 레이저티닙의 임상3상이 본격화된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까지 겹치며 임상 환자를 모집하는데 난관에 부딪혔을 것으로 짐작된다.

무엇보다도 레이저티닙의 진정한 반전은 임상적 효과에서 나타났다. 레이저티닙은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으로 타그리소보다 유효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했다. J&J가 진행한 임상3상(MARIPOSA)에서 리브리반트와 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은 표준 치료법인 오시머티닙 단독요법에 비해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켰다. 또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23.7개월로, 오시머티닙의 16.6개월보다 길었다. ‘무화학요법’으로 타그리소 대비 PFS를 개선한 약물은 레이저티닙이 최초다. 아울러 뇌 전이 또는 간 전이가 있는 고위험 환자들에서도 우수했다.

바카라사이트 뱃무브과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타그리소를 넘어 NSCLC에서 새로운 표준 치료제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는 타그리소가 표준 치료제이지만, 가장 늦게 개발 레이스에 뛰어든 바카라사이트 뱃무브이 1위로 거듭날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J&J는 이 병용요법을 새로운 표준 치료법으로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열홍 유한양행 사장은 “항암신약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 후 시장에서의 ‘독점력’”이라며 “연구자 관점에서 이 병용요법의 효과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표준요법으로 자리 잡을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바카라사이트 뱃무브 개발 타임라인. (출처 : 유한양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