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 이어 베이진, 로슈 등 한국서 파트너링 데이 잇달아 개최
"국내 기술력 관심 커져…빅파마 투자동력 확보 영향도"

[더바이오 지용준 기자]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이 '파트너링'을 위해 국내 시장을 잇달아 찾아 이목이 집중된다. 노보노디스크가 지난 주 서울에서 '파트너링 데이'를 개최한 가운데, 로슈와 베이진도 4~5월 한국을 찾아 국내 기업들과 대면 미팅을 갖는다.
무엇보다 국내 기술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정부나 협회 등의 노력도 컸다는 평가다. 또한 최근 얼어붙은 시장 속에서 빅파마들이 투자금을 장전해왔고, 국내 기업들의 밸류가 낮아진 것 역시 큰 몫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주최로 노보노디스크(이하 노보) 파트너링 데이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노보의 주요 경영진인 토마스 랜드 노보 사업개발부 선임과학자와 존 맥도날드 노보 글로벌사업개발부 부사장이 직접 주제발표를 진행하며 글로벌 심혈관계 시장 현황을 소개했다. 행사에 참석한 약 200명의 국내·외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도 노보의 신약 개발 방향성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노보는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 신약 '위고비'를 개발한 업체다. 이번 파트너링 데이는 노보가 위고비에 이어서 차세대 비만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일종의 '탐색전'으로 풀이된다. 국내 바이오 기업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나아가 라이선싱 인(기술도입) 등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남겼다. 사샤 세미엔추그 한국노보 사장은 "혁신성이 있는 국내 바이오텍들과 추가 협업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로슈·베이진도 온다…한국 파트너 찾는 빅파마들
다른 빅파마들도 잇달아 국내서 파트너십 모색에 나설 계획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바이오협회는 내달 7일 다국적제약사 로슈와 제2회 파트너링 오픈이노베이션 행사를 개최한다. 면역학과 종양학, 심장대사질환, 신경과학 등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주요 신청 대상이다. 이번 파트너링 데이에서는 한국로슈, 제넨텍 연구소, 바젤 로슈 본사 연구소, 로슈 상하이연구소 등과 대면미팅이 이뤄진다. 로슈는 지난해 이뤄진 첫 번째 파트너링 행사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때부터 글로벌 빅파마들이 국내 기술들을 '밸류 업'하고 있다"며 "최근엔 국내 바이오 기업들과 파트너링 미팅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바이오코리아를 통해 글로벌 빅파마와의 파트너링을 계획 중인 국내 바이오 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주요 빅파마는 베링거인겔하임과 MSD(미국 머크), 다케다제약, 사노피, 독일 머크, 중국 베이진 등이다.
특히 베이진은 오는 5월9일 'R&D Day'를 통해 국내 바이오 기업과 파트너링을 모색할 방침이다. 베이진은 전 세계 1만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고, 연간 매출 약 22억달러(약 3조원)인 글로벌 항암 기업이다. 종양학 연구원만 1100여명에 이르며 스위스 바젤, 중국 베이징, 미국 케임브리지 등 각국에서 사무소 및 연구소를 운영한다.
이번 파트너링 데이에는 애덤 로치 베이진 아태지역 부사장과 마크 라사나 최고과학자(CMO), 에반 골드버그 글로벌파트너십부 부사장 등이 참석한다. 이들은 단 1시간만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나머지 7시간 동안 국내 바이오 기업과 파트너십 미팅에 집중할 계획이다.
◇"빅파마의 투자금 확보, 낮아진 국내 바이오텍 밸류 등 영향도"
그 동안 국내 바이오텍들은 자사의 기술 소개를 위해 빅파마에 파트너링 요청 이메일을 직접 보내거나, 해외 학회와 콘퍼런스에 참여하면서 구애해왔지만 점점 상황이 바뀌고 있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 슬림화로 투자 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수합병(M&A) 시장과 기술이전 시장이 개화하고 있으며 역설적으로 투자 한파로 인한 국내 바이오텍의 벨류가 낮아진 게 기회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M&A 규모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올 1월 기준 미국 제약·바이오기업 간 M&A 거래가 7건이 성사됐다.
이에 국내 업계는 모처럼 화색이 돌고 있다. 지속적으로 늘어난 글로벌 빅파마와 접점이 투자 한파를 이겨낼 성장 촉매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은영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VC)를 유치해 다양한 연구협력과 기술교류를 통해 글로벌 성공모델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