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상 설계자 22인, 공개 서한 통해 반론…‘현장 반영한 결과 거절은 부당’”
- 가상 바카라, 환자군 이질성과 대조군 부재 문제 삼아 CRL 발송
- RP1, HSV-1 기반 종양용해바이러스…흑색종 외 피부암으로 적응증 확대 중

에릭 휘트먼 박사가 5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공개한 RP1 관련 공개 서한 모습
에릭 휘트먼 박사가 5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공개한 RP1 관련 공개 서한 모습

[더바이오 성재준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미국 바이오기업 레플리뮨(Replimune)의 흑색종 치료제 후보물질 ‘RP1(개발코드명, 성분 부솔리모진 오더파렙벡)’과 면역항암제 ‘옵디보(Opdivo, 성분 니볼루맙)’ 병용요법에 대해 품목허가를 거절하자, 해당 임상을 설계하고 주도한 과학자들이 최근 공개 서한을 통해 공식 반론을 제기했다.

이번 서한은 RP1 임상2상(IGNYTE) 연구를 이끌었던 마이클 웡(Michael Wong) 로스웰파크암센터(Roswell Park Cancer Center) 박사를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전 세계 피부암 및 면역항암 분야 전문가 22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지난 1일 FDA에 전달한 공개 서한에서 “RP1 병용요법은 항PD-1 치료에 실패한 진행성 흑색종 환자에게 의미 있는 치료 옵션”이라며 “FDA는 현실 임상 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레플리뮨은 자사의 종양용해바이러스(OV) 기반 면역항암제 'RP1'과 '옵디보' 병용요법에 대한 IGNYTE 연구 결과를 근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생물의약품 허가신청서(BLA)를 제출했다.

그러나 가상 바카라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보완요구서한(CRL)을 발송하며 품목허가를 거절했다. 주요 이유로는 △임상시험군의 이질성(heterogeneity) △대조군 부재에 따른 유효성 입증 부족 등이 지적됐다.

가상 바카라는 IGNYTE 연구 참여자의 사전 치료 이력과 질병 진행 상태 등에 차이가 커, 'RP1'의 객관적 반응률(ORR)을 명확히 해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병용요법에 따른 반응률에서 'RP1'의 효과를 입증하려면, 옵디보 단독투여군을 포함한 대조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서한에서 “FDA가 지적한 이질성은 오히려 실제 임상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2025년판 NCCN 흑색종 치료 가이드라인도 다양한 전치료 경로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로를 거친 환자들은 결국 ‘PD-1 저항성’이라는 공통 환자군으로 수렴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조군 부재에 대해서는 “RP1 병용요법 대상자는 모두 8주 이상 항PD-1 치료를 유지하고, 최소 두 차례 이상 질병 진행을 경험한 상태”라며 “이들에게 다시 옵디보 단독요법을 적용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RP1'은 단순포진바이러스(HSV-1)를 유전적으로 재조합해 개발한 종양용해바이러스로,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동시에 종양미세환경(TME)을 변화시켜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IGNYTE 연구에서는 'RP1'과 '옵디보' 병용요법이 항PD-1 치료에 실패한 흑색종 환자에서 객관적 반응률(ORR) 32.9%, 완전관해(CR)비율 15%, 3년 전체생존(OS) 비율은 54.8%를 기록했다.

해당 서한은 지난 1일자로 작성됐으며, 5일(현지시간)에는 공동서명자인 에릭 휘트먼(Eric Whitman) 애틀랜틱 흑색종센터 박사가 자신의 사회관계망(LinkedIn)을 통해 공개했다.

휘트먼 박사는 “이 서한은 환자의 생존과 치료 기회를 위한 임상의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FDA는 암 치료의 복잡성과 임상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다시 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레플리뮨은 이번 FDA 결정에 대응하기 위해 ‘타입 A(Type A) 미팅’을 요청했으며, 향후 재신청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회사는 “임상 설계에 대해 사전 합의를 거쳤고, 중간 심사에서도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었다”며 CRL 발송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타입 A 미팅은 허가 심사 과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FDA와 제약사가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공식 회의로, CRL 수령 이후 재신청 전략을 수립하는데 활용된다. FDA는 미팅 요청 접수 후 30일 이내 회의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RP1'은 현재 흑색종 외에도 면역억제 치료를 받은 이식 환자 대상 피부암, 비흑색종 피부암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 레플리뮨은 'RP1'에 대해 가상 바카라로부터 혁신치료제(Breakthrough Therapy)와 우선심사(priority review) 지정을 받았으나, 이번 결정으로 상용화 일정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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