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임상 대신 합리적 기전 입증 시 승인 가능
[더바이오 성재준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희귀질환 및 개인맞춤형 유전자치료제를 위한 새로운 승인 절차인 ‘타당한 메커니즘 경로(Plausible Mechanism Pathway)’ 도입을 추진한다. 이는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 중심의 기존 모델로는 개별 환자 맞춤형 유전자 치료의 검증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13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마틴 마카리(Martin Makary) FDA 국장과 비나이 프라사드(Vinay Prasad)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센터장은 최근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 기고문을 통해 해당 제도를 공개했다. 두 사람은 “특정 기전이 합리적으로 질환 개선을 유도한다고 판단될 경우, 제한된 임상 자료로도 허가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대표 사례로 언급된 ‘베이비 KJ(Baby KJ)’는 치명적 희귀 대사질환인 CPS1 결핍증 환아로, 필라델피아 아동병원(CHOP)과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크리스퍼(CRISPR) 기술로 맞춤형 치료를 개발해 성공한 사례다.
연구팀은 간세포 42%에서 유전자 교정이 이뤄진 마우스 모델 결과를 근거로 치료의 타당성을 입증했다. FDA는 인간 생검이 어려운 경우 ‘비동물(non-animal) 모델’ 데이터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FDA는 초기에는 희귀·소아질환 등 치명적 질환군을 우선 대상으로 하되, 향후 치료 대안이 없는 일반 질환으로 확대해 적용할 계획이다. 또 제조사가 여러 환자에서 연속적으로 성공을 입증하면 동일 플랫폼 기반의 후속 치료제에도 가속 승인 또는 규제 간소화를 검토한다. 시판 후에는 실제임상근거(RWE)를 활용한 효능·안전성 추적조사가 의무화된다.
마카리 국장은 “FDA는 맞춤형 치료를 시장에 신속히 도입하는 ‘규제 파트너’로서 역할을 확대할 것”이라며 “과학 발전 속도에 맞춰 규제 전략도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생의료연합(ARM)은 “이번 결정은 미국이 첨단 바이오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FDA의 규제 현대화 움직임을 환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