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스파이더코어 창업자 이기원 대표
- “AI 활용해 인류에 가장 큰 파급력을 줄 수 있는 것, 바로 ‘신약 개발’”
- RNA 가상 바카라 지속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AI 플랫폼 ‘에스코어’ 개발
- 인비트로 실험 통해 고형암 치료 개념검증 마쳐…연내 동물실험 진행
- 50억 규모 시리즈 A 투자 라운드 준비 중…동몰실험 비용 조달 목적

(사진 왼쪽부터) 스파이더코어 창업자인 이기원 대표와 강민근 연구소장 (출처 : 스파이더코어)
(사진 왼쪽부터) 스파이더코어 창업자인 이기원 대표와 강민근 연구소장 (출처 : 스파이더코어)

[더바이오 강인효 기자] 스파이더코어(SPIDERCORE)는 2020년 설립된 인공지능(AI) 기반 유전자치료제 신약 개발 스타트업이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에서 수학하며 AI의 매력에 푹 빠진 이기원 대표와 강민근 연구소장 그리고 같은 연구실 후배 2명이 함께 창업했다.

이기원 대표는 “AI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이 분명하다”면서 “AI를 활용해 인류에 가장 큰 파급력을 줄 수 있는, 그래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영역을 수없이 고민했고 그 해답이 ‘신약 개발’이라고 생각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AI를 활용해 최첨단 의약품이자 여전히 난제로 여겨지는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스파이더코어의 경쟁력과 올해 계획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까지 이기원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이기원 대표
이기원 대표

이기원 대표는 최근 <더바이오>와의 인터뷰에서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치료제는 성공적으로 개발될 경우 성장 가능성과 영향력이 매우 크다”면서 “그러나 유전자 영역에서는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다른 치료제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방대한 수의 유전자 조합을 실험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유전자치료제의 최적 조합을 찾는 것이 신약 개발의 시작이며, 그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이 부분에 많은 자원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며 “AI를 활용하면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 발견부터 개발까지 많은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유전자치료제 AI 신약 개발기업을 창업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유전자가상 바카라는 고분자 형태인 데다 분자량 자체가 저분자화합물보다는 최소 20배에서 최대 400배 정도 크기 때문에 약물을 설계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저분자화합물보다는 훨씬 어렵고 까다롭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유전자가상 바카라는 저분자화합물이 주로 타깃하고 있는 단백질이 아니라,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DNA나 RNA를 타깃한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저해하도록 유전자 조작을 통해 mRNA를 제어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5종의 RNA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았고, 코로나19에 대한 mRNA 백신의 성공 이후 mRNA 치료제 개발이 더욱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RNA 치료제의 경우 ‘오프 타깃(off-target·의도하지 않은 비특이적 유전자 결합반응)’ 이슈와 세포 안까지 유전자치료제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와 같은 약물 전달체 이슈로 인해 상용화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이다. 즉 RNA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오프 타깃으로 인해 엉뚱한 단백질이 만들어질 수 있거나 세포 안까지 약물이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유전자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는 의미다.

스파이더코어는 부작용이 없고 전달력이 높으며, 유효성 검증 효율이 우수한 RNA 치료제를 지속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AI 플랫폼인 ‘에스코어(S.Core)’를 개발했다. S.Core는 방대한 유전자 서열 데이터베이스(DB)를 대상으로 그래프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최적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갖춘 유전자 서열을 탐색함으로써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AI 플랫폼이다. 여기에 더해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한 화학적 조합을 최적화하는 기능도 갖췄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권위 있는 학술지인 ‘Molecular Therapy-Nucleic Acids’에 이 플랫폼 기술에 관한 논문이 게재되기도 했다. 또 세계 최고 권위의 AI 학회인 ‘ICML(International Conference on Machine Learning)’에서는 mRNA 구조 예측 기술을 발표할 예정이다. 스파이더코어의 AI 기술의 우수성이 입증됐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이 대표는 “스파이더코어는 AI 전문가들이 뭉쳐 회사를 창업했지만, 궁극적으로는 AI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라며 “AI라는 아주 강력한 툴(도구)를 활용해 유전자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이 회사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내외 제약사 및 바이오텍과 오픈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등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바이오 전문가를 잇따라 영입했고, 올해 초 본격적으로 바이오팀을 꾸리면서 AI와 바이오라는 2개 축으로 팀빌딩을 완성했다”고 덧붙였다.

스파이더코어 주요 인력
스파이더코어 주요 인력

올해 스파이더코어는 지난 3년간 AI로 갈고 닦은 mRNA 구조 예측 기술력을 기반으로 S.Core를 통해 발굴한 유명한 RNA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에 나선다. 이기원 대표는 “지금까지는 개발하고 있는 RNA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을 인비트로(in vitro·시험관 내) 실험을 통해 개념검증(PoC)을 마쳤다”면서 “하반기에는 인비보(in vivo·생체 내) 동물실험을 진행해 해당 후보물질이 유효한지 생물학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파이더코어가 동물실험을 통해 효력을 검증하고자 하는 신약 후보물질은 고형암을 타깃하는 유전자가상 바카라다. 산업적으로는 S.Core 플랫폼을 통해 국내 A 바이오 벤처가 개발 중인 해당 파이프라인의 약물 효과를 50% 개선됐고, 세포독성도 80% 향상됐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이를 검증한 내용을 담고 있는 논문이 앞서 언급한 Molecular Therapy-Nucleic Acids에 게재된 것이다.

이 대표는 “동물실험부터는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시리즈 A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최소 50억원을 목표로 연말까지 클로징하는 일정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파이더코어는 유전자치료제 신약 개발 기업으로서 ‘파이어니어(개척자)’와 같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국내의 경우 유사 기업은 없고, 해외로 눈을 넓혀 보더라도 미국의 크레이온바이오(Creyon Bio), 이스라엘의 일레븐테라퓨틱스(Eleven Therapeutics) 정도가 우리와 유사한 기업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2개 회사는 바이오 전문성에 기반하고 있지만, 스파이더코어는 AI 기술력을 토대로 설립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파이더코어의 핵심 경쟁력을 볼 수 있는 주요 수상 이력
스파이더코어의 핵심 경쟁력을 볼 수 있는 주요 수상 이력

스파이더코어는 올해부터 글로벌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오는 31일(이하 현지시간)부터 6월 4일까지 미국 시카고 맥코믹플레이스 행사장에서 열리는 2024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 참석한다. 이어 6월 3일부터 6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4(바이오 USA)’에도 참가한다.

이 대표는 “바이오 USA에서는 글로벌 RNA 치료제 개발 톱티어(Top-tier) 기업과 미팅을 진행한다”며 “작년에 바이오 USA에 참가해 한 글로벌 빅파마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고, 올해도 해당 기업과 사업 협력과 관련한 후속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AI를 활용해 난제로 여겨지는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픈 콜라보레이션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파이더코어라는 사명에도 AI 기술을 중심에 두고 있는 회사가 구축하고자 하는 제약사와 바이오텍, 하드웨어 업체 그리고 병원과 연구자 등과 연결된 오픈 콜라보레이션의 형태의 협력 네트워크가 마치 ‘거미줄’과 같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는 “스파이더코어 혼자서는 FDA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할 수 없다”면서 “우리 회사만의 압도적인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제약사 및 바이오텍과의 협업을 통해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며 “AI와 바이오 그리고 자본과 기술력이 잘 밍글(mingle·어우러지는 것)해 AI 기반 신약을 만들어 인류의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기원 스파이더코어 대표 주요 약력 

△ 2010~2014년 연세대학교 전기 및 전자공학부 학사

△ 2014~2016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석사

△ 2016년~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박사(과정)

△ 2020년~현재 스파이더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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