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네 번째 이야기…"할 만큼 했다" VS "위기에 도움 못받았다"

경제면에 실리는 기업 뉴스는 얼마나 진실을 담고 있을까. 단순한 실적 기사가 아니라면, 기자가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다. 취재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회사의 내밀한 스토리까지 알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기업 홍보팀은 회사에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시킬 것이고, 대표이사 인터뷰도 큰 틀에선 비슷하다. 기자들이 어떻게든 ‘내부고발자’를 찾으려 애쓰는 이유다.
이런 한계는 투자자, 특히 벤처캐피털(VC) 심사역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사후관리 취지로 포트폴리오 기업을 지원하려 하지만, 실제 내부 사정까지 들여다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후관리는 단순히 투자 이후 모니터링을 넘어,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하고 문제로 이어지지 않게 관리하는 일이다. VC 입장에선 ‘사후약방문’이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VC들은 보유 네트워크를 동원해 핵심 인재를 추천하거나, 후속 투자 유치, 해외 네트워킹 기회 제공 등 실무 지원에 힘쓴다. SNS를 통해 포트폴리오 기업을 적극 홍보하는 것도 사후관리의 일환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경영진의 비협조로 인해 사후관리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올 때가 많다.
불만이 있는 건 경영진도 마찬가지다.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한 경영 간섭을 사후관리로 받아들일 때가 많다. 각종 요청사항은 실무에 부담만 더할 뿐이다. VC 네트워크가 제한적인 만큼, 채용 성과는 일부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괜히 내부 사정을 드러냈다가 follow-on(후속 투자) 라운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영진 입장에선 VC의 사후관리 요청이 형식적인 ‘체크리스트’처럼 느껴질 수 있다.
제도적 한계도 있다. 국내에선 바카라사이트 벳무브의 경영 참여가 제한적이다. 기타비상무이사나 사외이사 등재 등 선관주의 의무 수준에 그친다. 자본시장법상 실질적 경영 참여가 가능한 건 사모펀드(PEF)에 한정된다. LP(유한책임출자자) 역시 담당 바카라사이트 벳무브 심사역이 다수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만큼, 특정 기업에 깊이 관여하길 꺼리는 경향이 있다. 국내에서 컴퍼니빌더(Company builder) 모델이 잘 정착하기 어려운 배경도 이와 같다.
창업자(또는 경영진)과 바카라사이트 벳무브 양측은 사후관리를 바라보는 인식에서부터 조금씩 차이가 난다. 창업자는 바카라사이트 벳무브와 성장 파트너로서의 동반자 관계를 기대한다. 상당수 바카라사이트 벳무브는 투자 손실을 막는데 좀 더 초점을 맞추는 듯하다. 분기별로 성과와 재무지표를 점검하고, 중요 의사결정에서 반대 의견 또는 개선 제안이 있었음을 이사회 기록에 남겨야 한다. 손실이 나더라도 방관하지 않았다는 점을 LP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후속 펀드 결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창업 이후 ‘경영관리 지도 또는 자문’을 받은 스타트업은 전체의 31.7%에 그쳤다고 한다. 2021년과 비교해 절반 이상 감소한 수치다. 관련 기사는 VC가 사후관리보다는 단기 수익 실현에 몰두해 ‘모험 자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실 경기가 좋을 때는 이 같은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유망 스타트업들이 잇달아 회생 절차에 들어가고, 좀비기업에 이어 ‘좀비펀드’ 우려까지 제기되는 지금, 사후관리를 둘러싼 양측의 불신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VC는 “우린 할 만큼 했다”고 말하고, 창업자는 “정작 위기일 땐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반박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사후관리란 단어에 담긴 의미를 양측이 다시 되짚어볼 때다.

저자인 민경문 바이오 칼럼니스트<사진>는 앞서 소니코리아에서 3년간 해외 기술영업 업무를 담당한 이후, 자본시장 전문미디어 ‘더벨(thebell)’에서 16년간 기자로 활동했다. 특히 바이오 및 헬스케어 회사들의 연구개발(R&D) 동향과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과 같은 기업금융 거래를 중점적으로 취재했다. 지난해 2월에는 제약바이오 투자전략을 짚는 책 ‘바이바이오’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