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테오젠, ‘ALT-B4’ 상용화에 수직 상승 전망…2022년 294억원 손실→내년 6000억원 이익
- SK바카라 시스템 배팅팜, ‘뇌전증 신약’ 힘입어 매출 7000억원·영업익 1700억원…연내 한국·중국 허가
- 에이비엘바카라 시스템 배팅·온코닉테라퓨틱스 ‘흑자 전환’ 예고

[더바이오 유수인 기자]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영업이익 1000억원 시대를 열 전망이다. 특히 알테오젠과 SK바이오팜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15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비엘바이오와 온코닉테라퓨틱스도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간 바이오산업은 적자 구조와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거품 논란’에 시달렸지만, 이익 창출 단계로 진입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산업 전반에 체질 개선의 신호탄이 켜지고 있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알테오젠의 올해 추정 연매출액은 2523억원, 영업이익은 15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45%, 501% 증가한 수치다. 내년에는 매출 7230억원, 영업이익 6029억원을 기록해 각각 187%, 29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테오젠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 원천 기술(ALT-B4)’의 글로벌 기술이전 및 그에 따른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달성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3년 전인 2022년만 해도 매출 288억원, 영업손실 294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매출 965억원, 영업손실 97억원으로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 돌파하면서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작년 매출액은 1029억원, 영업이익은 254억원이었다.
‘ALT-B4’는 정맥주사(IV) 제형의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하는 플랫폼 기술로, 비교적 간편하고 빠르게 약물을 투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이러한 제형 변경 기술은 독자적인 특허 인정도 받기 때문에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선 제품 사용 권리 연장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알테오젠은 ALT-B4를 기반으로 총 6건의 글로벌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해당 기술을 적용한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 큐렉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으며 기술력을 대대적으로 입증받았다. 빅파마에 기술이전한 K바이오의 플랫폼 기술이 상용화까지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키트루다 큐렉스는 전 세계 매출 1위 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의 SC 제형이다. 이번 성과로 알테오젠은 다국적 제약사 MSD(미국 머크)로부터 2500만달러(약 350억5500만원)에 달하는 마일스톤을 수령했다.
SK바이오팜은 20년간 연구개발(R&D)에 매진해 상용화에 성공시킨 뇌전증 신약인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 한국·유럽 제품명 온투즈리)’로 본격적인 이익 창출에 나섰다. 신약 개발은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산업으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개발 리스크도 크지만, 개발에 성공하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기술수출 없이 2020년 미국, 2021년 유럽 등에 출시했고, 그 결과 2022년 매출액 2462억원, 영업손실 1311억원에서 이듬해 매출 3549억원, 영업손실 375억원을 기록하며 빠른 실적 개선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매출 5476억원, 영업이익 963억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매출 7000억원, 영업이익 170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8%, 영업이익은 약 80%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성장세는 꾸준히 지속돼 2026년 매출 9000억원·영업익 3000억원, 2027년 매출 1조원 이상·영업익 4000억원대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실적 성장 전망은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시장 안착과 아시아 지역 진출, 적응증 및 연령대 확장 노력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세노바메이트는 올 상반기에만 미국 시장에서 2874억원의 매출을 내 회사 전체 매출(3207억원)의 89.6%를 차지했다. 특히 올 2분기에만 154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분기 기준 역대 최초로 1억달러(약 1400억원)를 돌파했다.
이밖에 유럽·홍콩·이스라엘·캐나다 등에서도 판매되고 있으며, 이러한 준수한 해외 실적은 SK바이오팜의 전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올 상반기 SK바이오팜의 수출액은 3206억원으로, 전년(2420억원) 대비 32.5% 증가했다.
내년부터는 한·중·일 등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 발생하는 매출도 기대해볼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동아에스티를 통해, 중국에서는 이그니스테라퓨틱스를 통해 세노바메이트의 신약 허가에 나섰으며, 빠르면 연내 허가가 기대된다. 일본에서는 파트너사인 ‘오노약품공업’이 최근 세노바메이트에 대한 신약 허가 신청(NDA)을 제출해 내년 중 허가가 예상된다.
또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신규 적응증 확장을 위해 청소년 및 성인 대상 전신 발작 뇌전증에 대한 임상도 진행 중이다. 최근 임상3상에서 긍정적인 톱라인(Top-line) 결과를 확보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FDA에 ‘1차성 전신 강직-간대발작(PGTC Seizure)’ 적응증 추가를 위한 허가 신청(sNDA) 절차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에이비엘바카라 시스템 배팅와 온코닉테라퓨틱스도 올해 흑자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올 상반기 4조원이 넘는 규모의 글로벌 기술이전에 성공한 에이비엘바카라 시스템 배팅는 올해 1389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 대비 316%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316억원을 달성하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4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 수용체(IGF1R)’를 타깃하는 자사의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인 ‘그랩바디-B’를 약 4조1000억원 규모(21억4010만파운드)로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체결했다. 이 중 계약금은 약 739억원(3850만파운드), 단기 마일스톤은 약 741억원(3860만파운드)이다.
이번 기술이전은 에이비엘바이오가 지난 2022년 다국적 제약사인 사노피에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인 ‘ABL-301(개발코드명)’을 10억6000만달러(1조5000억원)에 이전한 이후 두 번째 성과다. ABL-301에도 그랩바디-B 플랫폼이 적용됐다.
그랩바디-B는 IGF1R을 타깃하는 플랫폼으로, BBB를 통과하기 어려운 기존 약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약물 전달 기술이다. BBB 셔틀은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개발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는 플랫폼으로, 최근 빅파마들의 기술 도입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야다.
다만 에이비엘바이오의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상용화한 제품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그랩바디-B와 4-1BB 기반의 이중항체 플랫폼인 ‘그랩바디-T’를 앞세워 추가 기술이전을 노리고 있다. 최근 사노피가 ABL301의 미국 임상1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내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37호 신약인 ‘자큐보(성분 자스타프라잔)’의 매출 확대가 본격화되면서 올해 흑자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예상되는 연매출은 470억원, 영업이익은 140억원이다. 내년에도 성장세는 이어지며 연매출 705억원, 영업이익 375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2027년은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은 7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큐보는 ‘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P-CAB)’ 계열 신약 후발주자임에도 시장 확대에 힘입어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P-CAB 제제는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것이 강점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유비스트에 따르면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규모는 1조3754억원이며, 이 중 P-CAB 계열의 약물 비중이 지난 2021년 10%대에서 지난해 24.5%로 상승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차기 성장동력으로 췌장암 치료제 후보물질인 ‘네수파립(개발코드명 JPI-547)’을 개발하고 있다. 네수파립은 ‘탄키라제(Tankyrase)’와 ‘파프(PARP)’를 동시에 억제하는 기전을 통해 암세포의 성장 경로와 DNA 복구를 차단하는 차세대 합성치사 이중표적 항암신약 후보물질이다. 회사는 전이성 진행형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네수파립 임상1b상을 마치고, 임상2상 환자 모집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 변경 신청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해 이달 초 이를 승인받았다.
이처럼 신약과 플랫폼 기술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은 국내 바이오업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바이오산업 특성상 장기간의 적자가 불가피하고 성과 도출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려웠지만, 기술이전 및 상용화 성과가 구체화되면서 K바이오산업 전반이 한 단계 성숙해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은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은 이제 단순히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알테오젠처럼 플랫폼 자체가 FDA 신약 허가로 이어진 것은 국내 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내고 있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며 “10년, 20년 전 어려운 상황에서 꾸준히 R&D를 하며 기술력을 쌓았기 때문에 이러한 성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단기 매출 중심의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진정한 기술 혁신이 나올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시리즈 A·B 등 초기 단계 투자 환경 개선이 산업 전반의 지속적인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