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자가 모든 걸 가져가는 시장”…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이 생존 전략
- 렉라자, 기술수출 넘어 공동 임상·근거 창출로 글로벌 확장
- 바카라사이트 순위벤처 전임상 재원 부족 지적…‘산업 전반의 지원 체계 필요’

[더바이오 성재준 기자] “제약바이오 산업은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시장’입니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다음 신약 개발의 동력은 확보할 수 없습니다.”
김열홍 유한양행 사장은 17일 열린 ‘제약바이오 글로벌 진출 가속화 전략 토크 콘서트’에서 이같이 말하며,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한국 제약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해법임을 강조했다. 그는 “아카데미아와 바이오텍의 유망 물질을 조기에 발굴해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해야만 국내에서도 글로벌 제약사가 탄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 위원장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약바이오 글로벌 진출 가속화 전략 토크 콘서트’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들이 논의됐다.
이번 행사는 기존의 정책 세미나 형식을 탈피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업계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대화형 정책 포럼’으로 진행됐다. 사회는 이병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바이오벤처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맡았다.
첫 발표자로 나선 김열홍 유한양행 사장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글로벌 진출’을 주제로 발표하며, 유한양행이 10여년 전부터 추진해온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방향을 소개했다.
김 사장은 “혁신신약 1건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수년의 시간과 수천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며 “전 세계 제약 시장이 미국·유럽·일본·중국에 집중돼 있는 만큼, 국내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진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제약사가 자체적으로 글로벌 임상, 허가, 마케팅을 모두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초기에는 아카데미아와 바이오텍에서 유망 물질을 도입해 전임상·초기 임상까지 개발을 진행하고, 이후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해 상용화하는 구조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유한양행의 폐암치료제인 ‘렉라자(Leclaza, 성분 레이저티닙, 해외 상품명 라즈클루즈)’를 꼽았다. 단순한 기술수출에 그치지 않고, 공동 임상과 근거 창출을 지속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는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김 사장은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임상, 허가, 마케팅을 모두 자체적으로 수행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은 아카데미아와 바이오텍으로부터 유망 물질을 도입해 전임상과 초기 임상 개발을 진행한 뒤,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해 상용화하는 구조를 가장 효율적인 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오스코텍으로부터 해당 후보물질을 도입해 개발을 이어갔으며, 다국적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일본·중국 등에서 허가를 획득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김 사장은 “국내 바이오텍과 대학 연구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해 유망 기술의 사업화를 돕고, 그중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선별해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에 따르면 현재 유한양행이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 33개 중 절반 이상이 외부에서 도입된 물질이다.
김 사장은 또 국내 바이오 벤처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패널 질의응답에서 “국내 바이오 벤처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전임상 단계에서의 재원 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유능한 연구 인력이 이탈하거나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그 사이 중국 등 해외 기업이 유사 물질을 먼저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산업 전반의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한국 제약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자립하기 위해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다각화가 핵심 전략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글로벌 제약사가 탄생할 것”이라며 “산업 생태계 전체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