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변정훈 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 대표
- “법인 설립부터 바카라사이트 신고까지 평균 7~9년…창업 초기 설계가 생존 가른다”
- “기술특례상장, 통상 6주 안에 최종 판단…기업, 생존 가능성까지 설득해야”
- “투자금은 여전히 풀려 있지만, 차별화 전략이 없다면 생존 쉽지 않아”

[더바이오 성재준 기자] “‘기술성 평가’는 단순히 기술 몇 개, 딜(deal) 몇 건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장 이후 5년 이상 지속 가능한가’를 묻는 자리입니다. 기업공개(IPO)는 단순히 상장을 끝내는 게 아니라, 그 이후 생존 가능성까지 증명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는 지난 4월 문을 연 신생 컨설팅 기업이다. 하지만 창업자 변정훈 대표는 신참이 아니다. 그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약 10년간 근무하며 제약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전략, 백신 파트너십 지원, 기술 평가 컨설팅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국내 치료제·백신 개발기업의 애로사항 해소 지원센터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아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 정책에 연결하는 역할도 했다.
변정훈 대표는 “당시 수많은 기업들이 긴급한 규제 대응과 임상 설계 문제로 발이 묶여 있었다”며 “현장에서 기업들을 직접 지원하면서 ‘기업의 여정에 장기적으로 동행하는 파트너’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4월 창업한 지 몇 달 만에 우리나라 주요 대학과 창업 지원 기관, 지방자치단체의 멘토와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며 국내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지원 생태계의 중심에 섰다. 변 대표는 최근 <더바이오>와의 인터뷰에서 “사명인 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는 ‘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관문의 길잡이가 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변 대표를 만나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특례상장 및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IPO는 7~9년 장정…초기 설계가 생존 갈라”
변 대표는 “기업이 법인을 설립하고 시리즈 A~C 투자를 거쳐 IPO에 이르기까지 평균 7~9년, 길게는 10년이 걸린다”며 “하지만 대부분은 뒤늦게 준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관사 계약이나 기술성 평가(기평)를 앞두고서야 컨설팅 업체를 찾는데, 그때는 이미 방향이 정해져 있어 제가 도울 수 있는 여지가 적다”고 덧붙였다.
변 대표는 바카라사이트 신고를 단순한 자금 조달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전략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진출 전략과 파이프라인 선택, 투자자 맞춤형 스토리라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창업 2~3년 차에 기초 체력을 다져놓으면, 4~6년 차에 IPO로 가는 과정이 훨씬 수월해진다”며 “전문가의 자문을 아끼지 않는 것이 결국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수의 국내외 제약바이오 초기 기업들을 살펴본 경험을 바탕으로, 초기 전략이 탄탄한 기업일수록 중장기 투자자와의 신뢰를 빠르게 확보한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단기 성과에 치중해 과제나 보조금에만 의존한 기업들은 IPO 과정에서 체질 개선의 부담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고 부연했다.
◇“기술성 평가, 6주 안에 기업 생존력 증명해야”
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의 주력은 기술성 평가 컨설팅이다. 변 대표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기술평가 컨설팅팀에서 근무하며,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기술성 평가를 다수 지원한 경험이 있다.
그는 “기술성 평가는 통상 6주간 진행되며, 이 기간 동안 기업은 1·2차 발표와 질의응답을 거칩니다. 단순히 기술력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상장 이후 생존 가능성까지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가위원들이 실제로 묻는 것은 ‘이 기업이 상장 이후 5년 이상 생존할 수 있는가’이며, 단순히 기술의 참신함이나 연구개발(R&D) 진척도를 보는 것은 아니다”면서 “사업모델·재무 전망·경영진 역량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데, 결국 ‘매출과 영업이익의 로드맵을 어떻게 설계했는지’가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평가 과정은 짧지만 밀도 있게 진행된다. 6주 동안 1·2차 발표와 질의응답이 이어지며, 평가위원들은 기업의 기술과 시장성, 사업성 전반을 꼼꼼히 검증한다. 따라서 예상 질문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반복하고 핵심 논리를 다듬는 과정이 필수적이이라는 게 변 대표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발표 준비 부족’을 기업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았다. 그는 “사업계획서를 수백 쪽으로 제출해도 요약 과정에서 본질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평가위원들은 1시간 내에 핵심을 보고자 하지만, 많은 대표들이 발표 경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상 질의응답을 시뮬레이션하고 핵심 논리를 훈련하는 것이 합격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제도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여러 차례 개정됐지만, 변 대표는 “지표 몇 가지가 바뀐 것에 불과하고, 평가위원들의 시각은 오히려 더 꼼꼼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출 요건 완화는 긍정적이지만, 누적 결손 처리 문제는 여전히 기업에 큰 부담”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현실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략은 선택의 총합…IPO 이후 5년도 함께 본다”
벤처투자 시장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냉정했다. 변 대표는 “투자금은 여전히 풀려 있지만, 특정 기업에 수백억원이 쏠리는 ‘대마불사’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며 “다수의 초기 기업이 정부 과제에 기대고 있으며, 일부는 IPO를 서두르는 상황에서 차별화 전략이 없다면 생존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들이 벤처캐피탈(VC)의 요구를 초기에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변 대표는 “투자자가 원하는 ‘핏(fit)’을 알면 기업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며 “VC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수익 모델과 인재 구성, 확장 전략까지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 기준에 맞는 스토리라인을 일찍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변 대표가 거듭 강조한 키워드는 ‘전략’이다. 그는 전략을 ‘기업이 일상적으로 내리는 모든 의사결정의 총합’이라고 정의했다. 파트너 선정, 자본 조달, 기술 선택의 축적이 결국 IPO 이후 생존 가능성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변 대표는 IPO를 종착점이 아니라 ‘과정’으로 규정했다. 그는 “IPO 앞의 10년, 뒤의 5년을 설계해야 진정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 대표는 앞으로 IPO 컨설팅을 넘어 멘토링과 정책 자문까지 영역을 넓혀 산업 전반의 성장 토대 강화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대구·부산·경기 등 각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대학 창업지원단, 테크노파크 등에서 멘토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여하고 있다. 그는 “기업들이 성장의 문턱을 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는 오는 9월 한국기업기술가치평가협회와 공동으로 ‘원데이 클래스’를 개최, 예비 창업자와 비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화 및 기술특례상장 전략을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