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기술 거래, 중국에 이어 한국이 부상"

[더바이오 지용준 기자] 한국 의약품의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L/O) 성과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들어 글로벌 빅파마와 체결한 L/O 계약의 총 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 18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L/O 거래 급증의 중심에는 일라이릴리(Eli Lilly, 이하 릴리)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있다. 글로벌 의약품 L/O 시장에서 중국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중국이 글로벌 의약품 거래 허브로 성장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도 L/O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해외 대형 제약회사들이 한국을 새로운 파트너십의 목적지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12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데이터의 거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 의약품 라이선스 계약의 거래 규모는 올해 현재까지 76억8000만달러에 달해 지난해와 비교할 때 113% 증가했다. 이 중 한국 의약품의 해외 대형 제약사로의 L/O 규모는 약 5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보다 180% 급증한 수치다.
L/O 딜의 모멘텀은 주로 릴리, GSK 등 대형 제약사와의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에 의해 촉진됐다. 릴리는 올해 2월 올릭스와 이 회사의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후보물질을 도입하는데 6억3000만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 또 5월에는 알지노믹스의 리보핵산(RNA) 기반의 유전자치료제에 대해 13억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GSK는 4월 에이비엘바카라 가상 머니 사이트의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을 28억달러에 도입했다.
오펠리아 찬(Ophelia Chan) 글로벌데이터 수석 애널리스트는 “한때 제네릭(복제약) 생산으로 인정받았던 한국은 이제 정부 지원과 국제 투자 증가에 힘입어 새롭고 혁신적인 신약 발견 및 첨단 의약품 기술의 글로벌 허브로 전환하고 있다”며 “한국이 서구와 아시아 시장 사이의 전략적인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데이터는 “한국은 올해 1월 ‘국가바이오위원회’를 설립하며, 오는 2035년까지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5대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이 미션의 일부는 신약 및 첨단 바이오의약품 기술 개발에 대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한국도 유망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글로벌 기술이전 후보 국가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글로벌데이터는 미국과 유럽 제약사들이 중국 및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역 간 견고한 무역 관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의약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으며, 특정 중국 바이오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생물보안법’도 추진해 이들과의 계약 금지도 추진하고 있다. 라이선스 계약과 의약품 수입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기업인 베인앤컴퍼니는 지난 7월 발표에서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이 중국의 성장세를 꺾진 않았지만,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에서 공급망 다각화에 나서면서 중국 외 기업에도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와 한국 등 중국 외 아시아 국가들이 글로벌 제약사의 투자 다변화 움직임에 따라 수혜를 입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