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약 편의성 및 치료 효율 높여 환자 편의 증가…글로벌 수요 확대
- 셀트리온, ‘램시마’ 이어 ‘허쥬마’도 SC 전환…투여 시간 90분→5분
- 기술 내재화해 후속 시밀러·파이프라인도 전환, CMO 사업도 추진
- 알테오젠 ‘ALT-B4’ 기술 성과 본격화, 코스피 이전해 투자환경 마련
- 비만 치료제 패권 경쟁에 장기지속형 플랫폼 주목
- 인벤티지랩·펩트론·지투지바카라사이트 벳페어 글로벌 협업에 기술 가치↑
- 대웅제약·동국제약, DDS 기술 고도화해 비만 치료 시장 대응
- 동화약품도 전담 부서 신설, 신성장동력 마련 나서
[더바이오 유수인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차세대 먹거리로 ‘제형 변경·약물 전달 플랫폼(DDS)’ 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실제 상용화와 기술이전을 통한 글로벌 매출 발생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기술의 산업적 가치가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업들도 기술 확보와 역량 내재화를 위한 투자를 늘리며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알테오젠 SC 제형 플랫폼으로 외형 성장…역량 내재화·기업가치 재평가 나서
9일 업계에 따르면 제형 변경·DDS 플랫폼은 기존 약물을 새로운 제형으로 전환하거나 투여 주기를 늘려 복약 편의성과 치료 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 사례가 늘면서 주목도가 크게 올라가고 있다. 실제 셀트리온과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꿔주는 플랫폼 기술의 가치 확대로 외형 성장을 본격화하고 있고, 인벤티지랩과 펩트론 그리고 지투지바이오는 장기지속형 약물 전달 기술로 글로벌 빅파마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에 쓰는 인플릭시맙 성분 의약품을 세계 최초로 SC 제형으로 개발하며 글로벌 시장에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미국에서는 신약 ‘짐펜트라’로, 유럽·아시아·중남미 등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바이오시밀러 ‘램시마SC’로 판매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집에서도 간편하게 투약할 수 있다는 ‘환자 편의성’이 강점으로 작용하면서 주요 시장에서 처방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 3분기 매출은 21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짐펜트라)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파이프라인에 SC 바카라사이트 벳페어 기술을 확대 적용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히알루로니다제(Hyaluronidase) 기반의 SC 바카라사이트 벳페어화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다.
히알루로니다제 기반의 SC 제형화 기술은 피부 아래 조직에 존재하는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 HA)을 일시적으로 분해해 약물 확산을 용이하게 하는 방식이다. HA가 분해되면 주사 부위의 조직 공간이 넓어지고 흡수성이 높아지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재생돼 안전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는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고농도·고용량 제품도 SC 형태로 개발할 수 있다.
셀트리온은 항암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에 해당 기술을 적용한 ‘CT-P6 SC(개발코드명)’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최근 환자 투여를 모두 마쳤으며, 내년 상반기 중 국내외 규제기관에 허쥬마 SC 제형의 추가 허가를 제출할 계획이다. 허쥬마가 SC 제형으로 전환될 경우, 투여 시간은 기존 약 90분(유지요법 시 약 30분)에서 5분 이내로 크게 단축될 전망이다.
허쥬마 SC 제형 개발 성공시 셀트리온은 SC 제형 관련 제품화, 허가, 대량 생산, 글로벌 공급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풀(full) 밸류체인 기반을 갖춘 국내 유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셀트리온은 이러한 제품 맞춤형 SC 제형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외부 의뢰 제품에 대한 제형 변경 위탁생산(CMO) 사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의 SC 전환, 신약 파이프라인의 SC 적용, 외부 고객사 대상 제형 변경 CMO 사업 확대 등 3가지 축의 SC 기술 기반 성장 전략을 단계별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테오젠은 SC 제형 변경 기술인 ‘ALT-B4(개발코드명)’의 글로벌 기술이전 및 상용화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회사는 다국적 제약사 MSD(미국 머크)와 다이이찌산쿄, 아스트라제네카(AZ), 산도즈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과 다수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며 ‘코스닥 시가총액 1위’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최근에는 세계 매출 1위 항암제인 MSD의 ‘키트루다’ SC 제형 상용화 성공으로 매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키트루다SC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에 따른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발생 영향으로 회사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00% 증가한 49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약 26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키트루다SC는 유럽에서도 상업화 승인을 받은 상태이며, 다른 지역 허가 및 판매에 대한 마일스톤도 수령할 수 있어 향후 꾸준한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알테오젠이 개발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인 ‘아이럭스비’도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서 품목허가를 받아 유럽 판매가 가능해졌다.
알테오젠은 ‘ALT-B4’의 성과가 본격화되는 2026년 코스피로 이전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재평가하고 대규모 자금 조달 환경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이전상장이 완료되면 알테오젠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연기금·대형 기관투자자의 본격적인 유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알테오젠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 청구 등 절차를 거쳐 내년 중 코스피에 입성할 예정이다.
◇비만 치료제 개발 경쟁에 ‘장기지속형 플랫폼’ 주목…‘대웅·동화·동국’ 전통 제약사도 진출
장기지속형 약물 전달 플랫폼은 최근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후속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치료제들의 체중 감량 효과 차이가 크지 않아 ‘투여 편의성’이 향후 시장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벤티지랩과 펩트론, 지투지바이오가 장기지속형 약물 전달 기술로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 연구개발(R&D)을 이어가면서 국내 기업들의 DDS 기술 가치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인벤티지랩은 마이크로플루이딕(초미세유체역학) 기반의 DDS 플랫폼인 ‘IVL-DrugFluidic’을 바탕으로 국내외 제약사와 30여개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에는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펩타이드 신약 후보물질을 활용한 장기지속형 주사제 공동 R&D 계약을 체결했고, 최근에는 새로운 후보물질에 대한 추가 계약도 맺었다. 계약금 등 주요 조건은 양사 합의에 따라 비공개하기로 했다.
인벤티지랩은 앞서 진행된 1차 공동 연구에서 자사의 미세유체 기반 바카라사이트 벳페어화 기술을 통해 베링거인겔하임의 펩타이드 물질을 안정적이고 균질한 장기지속형 바카라사이트 벳페어으로 구현하는데 성공했으며, 약효 지속성과 체내 방출 제어 등 주요 기술 지표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베링거인겔하임은 또 다른 펩타이드 물질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이번 추가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펩트론도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이하 릴리)와 체결한 ‘플랫폼 기술평가 계약’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10월 릴리와 자사의 약효 지속형 플랫폼인 ‘스마트데포’에 대한 기술평가 계약을 체결했고, 최근 특정 펩타이드의 스마트데포 제형에 대한 인비보(in vivo) 실험을 추가 진행하는 것에 합의했다. 펩트론 공시에 따르면 릴리의 기술평가는 당초 14개월 후인 올해 12월 7일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이번 추가 실험으로 평가 기간이 연장됐다. 특히 펩트론은 전립선암·성조숙증 치료제인 ‘루프원’을 1개월 제형으로 늘려 국내 품목허가를 받은 이력이 있는 만큼, 비만 치료제로 확장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지투지바이오는 마이크로스피어(미립구) 기반 약효를 늘려주는 장기지속형 플랫폼인 ‘이노램프’로 비만 치료제와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베링거인겔하임 및 유럽 소재 제약사 등과 연구 협력에 나서고 있다. 지투지바이오는 치매 치료제인 ‘도네페질’을 1개월 제형으로 개발한 ‘GB-5001A(개발코드명)’의 국내 임상1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 바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글로벌 협력 확대와 함께 DDS 기술 가치가 부각되면서, 대웅제약·동화약품·동국제약 등 전통 제약사들도 관련 기술 확보를 통해 사업 영역을 키워가고 있다. 대웅제약은 2030년 3조원 매출 달성을 위한 성장 모멘텀으로 ‘비만·대사’ 분야를 육성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DDS 플랫폼을 고도화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 일환으로 회사는 마이크로니들 약물 전달 플랫폼인 ‘클로팜(CLOPAM)’과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인 ‘큐어(CURE)’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가 클로팜을 적용한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동전만한 크기 안에 약 100개의 바늘이 배열돼 있는 구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늘마다 동일하고 정확한 용량을 채워 넣는 기술인데, 회사는 반도체 공정 기반의 정밀 주입 기술을 적용하며 경쟁력을 높였다.
큐어는 기존 장기지속형 주사제(LAI) 대비 우수한 생체이용률, 안정성, 환자 순응도 등을 확보한 기술이다. 초기 버스트(burst) 현상을 억제하면서도 약물의 지속적인 방출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환자 스스로 손쉽게 투여할 수 있는 시린지 개발도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올해 연구소 산하 신제품연구부에 ‘제품기술연구팀’을 신설하고, 연구 인력도 작년 말 107명에서 올해 상반기 말 114명으로 늘렸다. 제품기술연구팀의 주력 업무는 ‘DDS’ 연구다. 기존에 있던 신제형연구팀과 제제연구팀이 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조직이라면, 제품기술연구팀은 신약 등 동화약품의 핵심 사업 영역에 적합한 DDS 기술을 발굴·연구해 중장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기술 기반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여러 물질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을 개발해 신약·신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로 이어가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기술연구팀은 DDS 기술의 R&D 적용 가능성을 살펴보며, 기존 파이프라인과의 연계는 물론 새로운 과제로 확장될 수 있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아직 신설 초기 단계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회사 R&D 역량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국제약은 DDS 연구 전담조직인 ‘DK의약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리포좀 기술을 활용한 항진균제인 ‘암포테리신B’, 미립구 기술을 활용한 전립선암 치료제인 ‘로렐린(1개월·3개월)’ 등을 순차적으로 상업화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DDS 기술을 기반으로 2~3개월 비만 치료제 등 신제품 개발도 추진한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DDS 기술 고도화를 통해 콤플렉스 제네릭과 개량신약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추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계획과 전략을 수립하고, 연구와 생산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