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13년 만의 대규모 약가 개편…40%대 인하 강행
- 상장 바카라사이트 홈런 영업이익률 4.8%…약가 인하로 수익성 악화 비상
- GMP 공장·경영권 매각 현실화…M&A 통한 산업 구조 재편 분석

출처 : 생성형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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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바이오 지용준 기자] 정부가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약가를 현행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급여 의약품 의존도가 높은 중소 제약사들의 수익 구조가 붕괴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약가 인하 방안은 제네릭 중심의 중소 제약사의 사업 모델 자체가 지속될 수 없도록 만드는 ‘구조적 전환’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업계에서는 매출 1000억원 미만 중소 제약사들이 사업 매각, 공장 매각, 인력 감축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내용의 약가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2012년 53.55% 약가 일괄 인하 이후 13년 만에 대규모 개편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종합적 약가 평가·조정 기전을 마련해 내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오는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할 계획이다. 첫 약가 인하 대상은 3000여개 제네릭 혹은 성분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분이 아닌 제네릭 갯수에 대한 약가 인하가 이뤄질 경우 지난해 기준 전체 제네릭(2만1962개)의 약 14%에 해당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약가 인하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연구개발(R&D)을 비롯한 설비 투자, 신규 프로젝트 등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산업계 수익성 악화와 산업계 희생을 전제로 한다”고 일갈했다.

약가 개편안 속 가산 대상은 ‘혁신형 제약기업·R&D 투자 상위 기업·국산원료 사용 국가필수의약품’ 등으로 한정됐다. 여기에 정부는 매출 500억원 미만 중소 제약사가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2상 승인 실적이 3년간 1건 이상일 경우 약가를 40%대에서 55%까지 가산하기로로 했다. 반면 계단식 약가 인하 체계는 더욱 강화했다. 동일 성분 11번째 품목부터 5%p(포인트)씩 약가를 인하하고, 다품목 등재는 최초 제네릭 진입 시 10개 이상 제품이 등재되면 1년 경과 후 11번째(최저가) 약가로 일괄 조정한다. 단 혁신형 제약사는 3%p로 조정된다.

급여 의약품 매출 비중이 높은 중소 제약사는 약가 인하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약가 인하는 비용 절감 없이 매출만 깎아 먹는 구조인 만큼, 영업이익에 미치는 타격은 매출 감소폭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중소 제약사들이 대규모 영업 적자로 돌아서며 존폐 위기에 놓일 것으로 분석했다.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상장 제약기업 100곳의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4.8%, 순이익률은 3%에 불과했다.

중소 제약사들은 ‘생존을 위한 사업 재편’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네릭 비중이 큰 제약사들은 약가 인하 이후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품목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중소 제약사들이 채산성 악화 품목의 철수,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기준(GMP) 공장 매각, 경영권 매각 등을 재무적 관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무적 위기에 놓인 중소 제약사들이 매물로 등장할 경우, 인수합병(M&A)을 통한 산업 구조 재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회계사는 “세대교체를 앞둔 제약사 오너들의 경우 기존 사업만으로 수익성에 한계에 직면할 경우 경영권 매각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GMP 시설을 매입해 상업화를 앞당기려는 바이오텍이 직접적인 매수자로 부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제약바이오 산업 진출을 고민 중인 대기업, 포트폴리오 보완이 필요한 대형 바카라사이트 홈런, 구조조정을 통해 밸류업을 노리는 재무적 투자자(FI)가 사실상 잠재 인수자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2012년 이후에도 여러 차례에 이어진 약가제도 개편으로 제약사들의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추가 인하가 이뤄졌고, ‘혁신형 제약기업’ 트랙을 타지 못한 제네릭 위주 중소 제약사는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고용 감축·경영권 매각·사업부 매각이 현실적 옵션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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