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은 데이터의 해”…LOE 관리하며 중장기 성장 스토리 재정립
- ‘멧세라’ 인수 효과 본격화…‘월 1회 GLP-1’로 비만 치료제 승부수
- ‘파드셉’ 적응증 확장·ADC 플랫폼 강화…‘항암’ 성장 자산 부각
[더바이오 성재준 기자]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Pfizer)가 대규모 특허 만료(LOE) 구간을 지나 ‘비만과 항암’을 양대 축으로 한 중장기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앞세우며 재성장 전략을 본격화했다. 대형 인수합병(M&A) 딜 이후 확보한 비만·항암 자산을 중심으로 특허 만료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화이자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6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올해 핵심 경영·연구개발(R&D) 전략과 주요 임상·허가 일정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코로나19 특수 이후 ‘실적 정상화 국면’에 접어든 화이자가 특허 만료 부담을 관리하며, 2028년 이후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도 함께 언급됐다.
알버트 불라(Albert Bourla) 화이자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비공식 대담 형식의 파이어사이드 챗(fireside chat)에서 “지난해는 화이자가 ‘실행력’을 입증한 해였다”며 “매출과 수익성 모두에서 연속적으로 시장 기대를 상회했고, 2024~2025년 동안 56억달러(약 8조2500억원) 규모의 비용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관련 매출이 2024년 약 110억달러(약 16조2100억원)에서 지난해 65억달러(약 9조58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업 부문의 성장과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했다’는 게 불라 CEO의 설명이다. 그는 “이제 코로나19는 화이자 실적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LOE 구간 관리하며 재성장 준비…“2026년은 데이터가 집중되는 해”
화이자가 제시한 올해 전략의 핵심은 △시젠(Seagen)·바이오헤이븐(Biohaven)·멧세라(Metsera) 등 대형 인수 거래의 가치 극대화 △주요 R&D 마일스톤 달성 △2028년 이후 성장을 겨냥한 선제 투자 △전사적 인공지능(AI)의 확산이다. 화이자는 올해를 LOE 관리 국면을 넘어,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재확인하는 전환점으로 설정했다.
불라 CEO는 “2026~2028년은 LOE 구간이지만, 이 기간을 거쳐 업계 최고 수준의 매출 성장 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비만과 항암 분야 모두에서 시장이 화이자의 잠재 가치를 아직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는 다수의 임상 데이터와 허가 결과가 집중적으로 공개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화이자가 다시 ‘성장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LOE 이후 재성장 축은 ‘비만’…멧세라로 ‘월 1회 GLP-1’ 앞세워 초장기 개발 확대
이날 발표의 핵심 중 하나는 ‘비만 치료제’ 전략이었다. 화이자는 멧세라 인수를 통해 확보한 초장기 지속형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파이프라인을 중장기 성장 축으로 제시했다. 화이자는 특히 ‘월 1회 투여’를 목표로 하는 비만 신약 후보물질인 ‘PF’3944(개발코드명 MET-097i)’를 중심으로 올해 10건 이상의 임상3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불라 CEO는 멧세라 투자 이후 비만 시장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후보물질의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졌다”며 “일라이릴리(Eli Lilly)와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의 매출을 지켜보며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현금 시장(cash market)’의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미국 외 시장과 미국 내 현금 결제 비중을 제한적으로 봤지만, 현재는 전체 시장의 약 30%가 보험과 무관한 직접 지불 형태로 형성돼 있다는 게 불라 CEO의 설명이다. 그는 이를 ‘비아그라(Viagra, 성분 실데나필)’ 초기 시장과 비교하며 “비만 치료 역시 소비자가 자비로 구매할 의향이 강한 치료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화이자는 이러한 시장 구조가 멧세라 포트폴리오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멧세라는 초장기 지속형 GLP-1을 포함한 장기지속형 비만 치료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기존 주 1회 제형 대비 복약 순응도를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불라 CEO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현재까지의 데이터를 토대로 한 분석에서 동급 최고 수준의 내약성과 위약 대비 체중 감량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멧세라가 주사제뿐만 아니라 아밀린, GLP-1,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 수용체(GIPR) 기반의 경구용(먹는) 포트폴리오도 임상 단계에서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밀린·GLP-1·GIPR 조합이 내약성을 개선하면서 체중 감량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불라 CEO는 “화이자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저분자 기반 경구용 GIPR 후보물질과 중국에서 도입한 경구용 GLP-1 후보물질 역시 이러한 ‘조합 전략’을 염두에 둔 선택”이라고 말했다.
◇‘파드셉’ 적응증 확장으로 항암 환자군 2배 확대…ADC 성장 축 부상
항암 분야에서는 시젠 인수를 통해 확보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파이프라인이 핵심 성장 자산으로 제시됐다. ADC 방광암 치료제인 ‘파드셉(Padcev, 성분 엔포투맙 베도틴)’은 신규 적응증 승인으로 대상 환자군이 기존 약 1만9000명에서 4만명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 병용 전략을 통해 적응증 확장 가능성도 제시됐다.
화이자는 파드셉의 ‘베도틴(vedotin)’ 페이로드가 암종을 넘어 확장 가능한 플랫폼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PD-1×VEGF 이중항체와의 병용을 포함한 다수의 임상3상도 병행 중이다. 이와 함께 다발골수종 치료제인 ‘엘렉스피오(Elrexfio, 성분 엘라나타맙)’는 임상3상 확대를 통해 적용 환자군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으며, 시장에서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성장 자산으로 평가됐다고 불라 CEO는 설명했다.
불라 CEO는 “비만과 항암 분야 모두에서 시장은 아직 화이자의 잠재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올해는 다수의 임상 데이터와 허가 결과가 집중적으로 공개되는 해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화이자가 다시 성장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